SHADES OF YOUTH 유아인 ㅎㅅ

1.st Look COVER STORY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배우, 유아인. 완고함과 철저함을 오가는 그의 연기와 생각은 뜨겁고도 차가운 젊음, 그 자체다.





유아인은 읽기 어려운 책 같다. 그가 내뱉는 단어는 생각의 두께가 오랜 시간 쌓여 쉬이 소화되지 않는다. 그러나 꼭꼭 씹어 삼키면 은근히 남는 단맛이 입 안에 넣자마자 알알이 흩어지는 요란한 맛과는 다르다. 단숨에 읽어내기는 버거워도 책장을 덮은 뒤 그만큼 든든하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책처럼 말이다. 개봉을 앞둔 영화 <깡철이>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그렇게 트위터 에피소드를 지나 서른이라는 나이를 앞둔 고민으로 이어졌다.

오늘 촬영은 어땠나. 최근에는 화보 촬영하는 게 새롭지 않아서 지겹다고도 했는데.
나는 화보 촬영할 때도 프로 의식을 가지고 한다. 모델인 것처럼.(웃음) 더 이상 새로운 포즈를 취할 게 없으면 매너리즘에 빠져서 막 자괴감을 느끼고. 오늘 같은 촬영은 좋다. 움직임도 많지 않고 내 얼굴과 표정만으로 완성된 사진이 한꺼번에 나가는 것 자체가 센세이셔널한 것 같고. 나는 센세이셔널한 걸 좋아하니까.(웃음)

모니터 하면서 스태프에게 느끼해 보이지 않냐고 자주 묻더라.
그걸 굉장히 경계한다. 내가 선택하는 느끼하고 징그럽다는 단어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돼 있다. 외모뿐 아니라 행동, 애티튜드, 말투, 표정, 사진의 결과물이나 어떤 정서까지도. 예를 들면 ‘나 멋지게 보이고 싶어’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느끼함이나 징그러움이라든지. 아니면 괜히 그걸 어설프게 숨겨서 ‘아 징그러워. 느끼해’ 몸서리쳐지는 그런 느낌도 있고. 보여지는 일을 하다 보니 수위 조절하는 게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싫거나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모든 것이 느끼하다는 말로 표현되는 건가?

맞다. 징그러운, 닭살 돋는 것들. 그 수위를 조절하면서 계속 가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어느 순간 나는 충분히 의식하지 않아도 될 만큼 완벽한 필터로 들여보내고 내보내고 있다고 할 수 없는 게 이 일인 것 같다. 일뿐 아니라 사람을 대하거나 현장에 있거나 사진을 찍거나 카메라 앞에 서거나 그런 모든 것…. 부자연스러움을 느끼하다고 하는 것 같다.


스스로 점검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

주변 사람한테 물어보기도 하지만 나만큼 객관적일 수는 없을 거다. 나는 굉장히 자기비판적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내 몸값이 높아질수록(웃음) 사람들은 나한테 말하는 걸 조심스러워한다. <깡철이> 촬영할 때 정유미 선배가 그러더라. 내가 사투리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해서“이상하면 다들 얘기해주겠지?” 했더니 “아니, 안 할 수도 있어. 그게 진짜 무서운 거야”라고. 남들이 나를 조심스러워하고 얘기하지 않는다는 것마저도 다 캐치하면서 가야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스스로에게 냉정해지려고 한다.


부산 사나이 ‘깡철이’와 유아인은 의외의 조합인데, <깡철이>의 무엇에 끌렸나?
그냥 내 감정이 그랬다. 시나리오에서 느낀 순수함에 많이 끌린 것 같고, 우리 엄마가 참 좋아하겠다 싶더라. 틀림없이 사람들이 보면 <완득이>랑 비슷하다고 난리 칠 텐데를(웃음) 떠나서 참 순수하고 예쁜 마음이었다. 그렇다면 이 순수하고 예쁜 마음이 가장 좋은 방식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최대한 힘을 모아보자로까지 생각이 이어진 것 같다.

작품 속의 순수한 마음을 지켜주고 싶었나 보다.
그렇다. 지켜주고 싶었다는 건 동시에 나를 지키고 싶다는 거지. 내게는 아직도 이런 게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는 거다. 매 순간 모든 것이 순수하고 예쁜 것과는 동떨어지게 흘러가고, 순수함은 ‘순진해’라는 이야기로 매도되거나 비웃음을 사기 십상이지 않나. 그런데 그런 마음이 아직도 있고, 그것들이 지켜졌고, 그것들이 흥행했다는 결과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깡철이는 엄마에게 애인 같기도 하고, 보호자 같기도 한 아들이다. 실제 유아인은 어떤 아들인가?
마치 엄마 새가 아기 새를 날려보내는 것처럼 자식이 부모를 뛰어넘게 되는 여러 순간이 있지 않나. 행동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아니면 내 지식의 양이 더 많아질 수도 있고. 내가 이 사회에 대한 적응력이 더 뛰어나질 수 도 있는 거고. 모든 것이 뛰어넘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 굉장히 슬프다. 내 보호자가 없어지는 것처럼, 그래서 내가 보호자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무조건적으로 나를 감싸주던 사람을 이제는 내가 끌어안아야 하는 역전처럼. 그런 순간을 지나고 있는 것 같다.

김혜숙 씨와의 연기는어땠나? 어머니 역할이긴 하지만 영화에서 여배우와 이렇게 밀착된 관계를 보여주는 건 처음이다.(웃음)
그렇다.(웃음) 되게 좋았다. 김해숙 엄마는 여전히 연기가 어렵고, 계속 맞나 안 맞나 고민하고 불안해하신다. 그런 분이기 때문에 여전히 신선한 스파크를 일어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아, 이래서 감독님들이 좋아하는구나.’ 여느 젊은 배우와 다를 바 없이 호흡하면서 좋았다. 나 역시 이 일을 끝없이 어렵게 접근하고 싶다. 너무 쉬워질 때가 있다. 패턴을 구현하는 건 정말 쉬우니까. 진짜를 연기하면서도 신선함을 유지한다는 건 선배님들만 봐도 결코 쉽지 않다. 그건 한 작품 안에서 어떻게 연기하느냐뿐 아니라 그림을 어떻게 그리느냐, 어떤 호흡으로 가느냐는 모든 것이 화학 작용을 해서 만들어지는 거니까.


배우가 아닌 유아인이라는 사람에게 가장 궁금한 건, ‘지금 이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뭘 잡고 끙끙대고 있는지’였다.

일이 나한테 굉장히 커졌다는 걸 느낀다. 일들이, 시나리오들이 내 생각을 많이 지배하고 있다. 작품적으로는 실험적인 쪽으로 갈까, 아니면 몸집을 키울까. 그런 것들? 뻔히 잘될 것들, 백억짜리를 할까, 잘못하면 괴물이 탄생할 것 같은 이 작품을 할까. 대중에게 어떤 작품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도 있고, 그런 것들이 계속 싸우고 있다. 혼란스러운 상태인 것 같다. 모든 걸 다 갈아엎고 싶기도 하고.(웃음) 서른이라는 나이가 눈앞에 닥치기도 했고. 그래서 많이 혼란스럽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많은 선택의 기회가.

<깡철이>에서 “절박해야 깡이 생긴다”는 대사가 있었는데, 지금이 깡으로 가는 시기는 아닌가 보다.(웃음)
우선은 매 순간이 다 깡으로 가는 거다.(웃음) 물론 절박한 게 있었다기보다는 난 두려움이 많고 소심하고, 나약하고, 눈치도 많이 보는 애고, 작은 앤데, 순전히 깡만으로 순간순간을 살고있다. 사람들이 날 쳐다보는 것도 깡으로 버티고 있는 거고. 더 현실적인 예를 들면 트위터도 깡이고.(웃음) 최근에 트위터를 잘 하지 않는 건 깡이 줄어든 게 아니라 난 항상 두려움이 많은 애니까. 그럼에도 그걸 그만두지 않고 그들과 싸우는 이유는, 그건 진짜 깡으로 하는 거다. 사실은 그것도 많이 줄었다. 슬프다.(웃음)

트위터에서 싸워봤자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렇진 않다. 난 개개인을 굉장히 소중히 여기고 아직도 그들과 일대일로 대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그 누구에게도 나는 배우 유아인이 아닌 상태의 나일 수 없고 그 필터가 먼저다. 내가 하는 말을 말로 봐주지 않고, 내가 하는 말의 순도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듣는 사람들에겐 화자인 내가 너무나도 크고 나 또한 그럴 때가 있으니까. 내가 원하는 게 있다면, 내 말을 전달하는 거라면 결국 목적을 가장 잘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수단을 좀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선의를 알아줘’라고 했던 앤데, 그건 한 번 더 들어가는 거지 않나. 대중은 굳이 나를 향해서 피곤하게 한 번 더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가장 말쑥한 형태로 보여야겠구나, 그런 상태로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전달해야겠구나, 라는 정도의 생각은 하는 것 같다.


말쑥한 형태로 전달한다는 건 어떤 종류의 대중성이라고 볼 수 있을까?
크게 보자면 그렇다. 내가 대중적인 선택을 한다고 해서 나란 사람이 바뀌는 건 아닌 것 같다. 나는 혁신하고 싶은 사람이고 혁명적인 사람이 되고 싶은데, 지금 당장 새로운 걸 하고 싶고, 이 사람의 생각을 깨부수고 싶은데 이걸 내가 해내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군가 그런 말을 하더라. “혁신이라는 단어를 생각한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혁신적인 사람이에요”라고. 누구도 삶의 가치에서 혁신이라는 단어를 선택하지 않는다고. 그때 머리가 번쩍했다. 내가 당장 대중적이 된다고 해도 난 매몰되지 않는다는 안도감이 조금 생긴 것 같다. 그걸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이 끈을 놓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겠구나 싶었다. 지금 이 순간 ‘나 대중적이 돼도 좋아, 유연하게 풀어헤쳐도 좋아, 너무 날 서있지 않아도 좋아. 나는 나야’라고 생각하는데, 그 안도감이 결국 나겠지. 그렇게 늙어가겠지. 점점 나한테 너그러워지면서.(웃음)

정말 너그러워진 것 같다. 유아인은 늘 세상 또는 자신과 싸우고 있는 것 같았는데….
맞다. 나를 세상에 보여주는 지점에서 더 많은 부분을 허용한 거다. 나를 치고 들어오는 그 모든 것을 그냥 받아들이는 거지. 그래도 좋아, 이래도 저래도 좀 되는 것 같고. 네가 뭐래도 나는 나니까, 네가 말하는 그걸 난 굳이 바꾸지 않겠어, 라는 데까지 온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자아가 더 강해진 건가?
그렇다.나를 좀 더 강한 방식으로 지키면서, 더욱더 선명한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나는 그걸 위해서 사는 사람이니까.(웃음) 일하다가 나를 발견하게 되고, 성장시키고. 나는 그걸 위해서 사는 사람이니까. 내 안에서 내 탑을 쌓으면서 사는 사람이니까. 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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